
11월 19일은 ‘국제 남성의 날(International Men’s Day)’입니다. 이 날은 단순히 남성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아버지로서의 역할, 사회에서의 책임, 성 평등 기여 등에 대해 조명하는 날입니다. 특히, 남성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기대와 역할 속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죠. 이런 의미에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캡틴 팬타스틱(Captain Fantastic)>입니다. 이 영화는 가족, 양육, 교육을 통해 현대 남성상과 아버지상을 재해석하며, 국제 남성의 날의 의미와 깊이 있게 맞닿아 있습니다.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은 이 작품은 아버지, 남성, 그리고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재정의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란 어떤 의미일까요? 많은 경우 아버지는 ‘가장의 역할’, ‘경제적 책임자’로 축소되어 이해됩니다. <캡틴 팬타스틱>의 주인공 ‘벤’은 이런 전통적 틀을 완전히 벗어난 인물입니다. 그는 여섯 명의 자녀를 문명과 떨어진 숲에서 키우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합니다. 그러나 벤은 단순한 자연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는 철학, 정치, 문학, 생물학 등 다방면에 걸쳐 아이들을 가르치며, 신체 단련과 생존 기술까지 통합한 종합적 교육을 시행합니다.
벤의 모습은 ‘권위적인 아버지’와는 정반대입니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교육을 강요하지 않으며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그의 방식은 때로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벤이 아이들에게 전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는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철학을 함께 공유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국제 남성의 날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합니다. 더 이상 남성은 감정을 억누르고, 희생만 강요받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제는 감정을 표현하고, 자녀와 함께 성장하며, 인간적인 약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벤은 그 상징적 인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아버지상과 남성성을 제안합니다.
양육의 방식은 정답이 있는가?
<캡틴 팬타스틱>은 ‘좋은 부모’, ‘좋은 양육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육합니다. 책을 많이 읽히고, 토론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며, 신체적 훈련도 꾸준히 합니다.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 방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세상과의 접점이 부족하고, 벤의 가치관에 갇혀 있기도 하며, 외부 사회와의 갈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드러납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장남이 대학 진학을 희망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입니다. 벤은 사회를 부정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그 사회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싶어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벤의 양육 방식이 독창적이지만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부모들은 다양한 교육방식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 자유와 통제, 경험 중심 교육 등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하죠. 이 영화는 그런 부모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정답이 없는 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신뢰’, 그리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는 태도’임을 보여줍니다.
국제 남성의 날을 맞아 이 영화를 본다면, ‘남성은 양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단지 벌어오는 존재가 아닌, 양육에 깊이 관여하고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 남성상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교육, 단순히 지식을 넘는 철학
교육은 아이를 위한 것일까요, 아니면 부모의 만족을 위한 것일까요? <캡틴 팬타스틱>은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답을 제시합니다. 벤은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 질문하는 태도, 깊이 있는 사고력 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시험을 잘 보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입니다. 그는 자녀들과의 일상 속에서도 철학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고, 정치적 이슈를 토론하며, 고전을 함께 읽습니다.
이런 교육 방식은 현대 교육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 접근입니다. 교육은 성적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벤의 방식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자신의 방식이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되고, 조금씩 타협해 나갑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중요한 균형점을 제시합니다. 신념과 현실의 균형, 교육과 자율성의 균형, 부모와 자녀의 관계 속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에 대해 고민합니다. 하지만 <캡틴 팬타스틱>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왜 가르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제 남성의 날에 이 영화를 통해 교육을 단지 시스템이 아닌 철학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캡틴 팬타스틱>은 아버지, 남성, 인간, 그리고 교육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영화다. 국제 남성의 날을 기념하여 이 작품을 감상한다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성의 날은 ‘강함’이 아닌 ‘이해’와 ‘성장’을 되새기는 날이다. 이 영화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남성의 역할과 가치는 더욱 다양하고, 따뜻하며, 인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오늘 이 영화는 그런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