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프터썬(Aftersun)’은 사소한 기억의 조각으로부터 인생의 가장 깊은 감정에 다가가는 영화입니다. 특히 20~30대가 되고 나서 부모, 그중에서도 ‘아버지’라는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이들에게 이 작품은 가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섬세하고 조용한 감정선 위에서 펼쳐지는 성장과 상실의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온 편지처럼 관객을 감싸 안습니다.
애프터썬 줄거리
‘애프터썬’은 한 여성(소피)이 어린 시절 아버지(캘럼)와 함께 떠났던 터키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됩니다. 영화는 ‘기억’이라는 불확실하고 감정적인 틀을 통해, 한 여름의 순간들을 조각조각 연결해 나갑니다.
소피는 11살이었던 그 해, 이혼한 부모 덕에 오랜만에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떠납니다. 터키의 한 리조트에서 보내는 짧은 휴가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서로를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시간입니다. 어린 소피는 아버지를 ‘멋진 어른’이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외롭고 우울한 기운도 느낍니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소피의 시점과 성인의 시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감독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말투, 표정, 무표정 뒤에 숨겨진 감정을 성인이 된 소피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미처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고통, 삶의 무게, 그리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감정의 민낯. ‘애프터썬’은 그 모든 것을 조용하고도 깊게 이야기합니다.
아버지와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이들, 혹은 그 시간의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 영화는 마치 잊고 있던 한 페이지를 다시 꺼내 읽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아주 일상적인 장면들 — 수영장, 호텔방, 스쿠터, 카메라 속 미소 — 속에 담긴 감정의 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겁고 짙어집니다.
애프터썬 감독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Charlotte Wells)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코 ‘처음 만든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세한 연출력과 감정선의 밀도, 기억을 다루는 방식, 그리고 장면의 여운은 마치 여러 작품을 거친 노련한 감독의 시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샬롯 웰스 감독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뉴욕대학교(NYU)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유년기 경험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바탕으로 이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실제로 영화의 많은 장면은 그녀의 실제 홈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웰스 감독의 가장 뛰어난 점은 감정의 ‘암시’입니다. 애프터썬은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버지 캘럼은 언제나 웃고, 소피에게 좋은 추억만을 남기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 불안정한 삶, 외로움이 숨어 있습니다.
카메라는 그 감정을 절대 설명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지켜봅니다. 관객은 소피의 시선을 통해 아버지를 바라보고, 동시에 감독이 의도한 ‘어른이 된 소피의 시선’으로 다시 그 장면을 되짚습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영화에 철학적 깊이와 감정적 진실성을 더합니다.
샬롯 웰스 감독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세계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특히 ‘감정을 최소한으로 표현하면서도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에서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이 되었으며, 애프터썬은 그녀의 진심과 기억, 그리고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애프터썬 후기
‘애프터썬’을 본 많은 관객은 “별일 없이 흘러가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끝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고 말합니다.
특히 20~30대 관객에게는 잊고 지냈던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기억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영화는 아버지의 고통이나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저 소소한 행동과 표정, 침묵 속에 담긴 감정을 조용히 암시할 뿐입니다.
소피가 어릴 땐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말투와 표정은,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다르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직면하고, 잊고 있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면은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이라는 매개를 매우 정교하게 다룹니다.
선명하지 않은 화면, 흐릿한 조명, VHS 특유의 질감은 마치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불완전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음악과 분위기는 특정한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공기를 남깁니다.
‘애프터썬’은 특별하지 않았던 한 가족의 여행을 통해,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진심을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 더 깊게 남습니다.
기억 속 그 사람을 떠올리며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관람 후에도 잊히지 않는 장면과 감정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조용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보냈던 기억이 있다면, 이 영화는 아프지만 따뜻한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결론
‘애프터썬’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특별하지 않았던 가족여행,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순간들. 그 모든 기억들이 시간이 흐르고, 내가 성장한 후에야 비로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죠.
‘애프터썬’은 20~30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를 오랜만에 돌아보고 싶거나,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그 표정, 그 말투, 그 침묵의 의미.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 줄 영화, 애프터썬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