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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감동 후기 (히로카즈, 고레에다, 칸영화제)

by hwangwebsite 2025. 12. 18.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 공식 포스터.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가 교복 차림의 소녀와 함께 숲속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배경에는 초록 나무들이 우거져 있으며, 영화 제목과 "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상단에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및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선정 내용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포스터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한 남자의 조용한 일상을 통해 삶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 영화다. 일본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는 겉보기에 단조롭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반복적인 일상 속에는 철학과 따뜻함, 그리고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2023년 칸영화제에서 주연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 영화는, 빔 벤더스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스타일의 절묘한 조합으로 완성된 감성 드라마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녹아든 작품

퍼펙트 데이즈는 공식적으로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하고 정적인 연출 미학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직접 참여한 작품은 아니지만, 일본 문화와 현장 로케이션, 배우 캐스팅 등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세계와 유사한 정서적 구조를 보여준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주로 가족, 인간관계,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작고 사소한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침묵 속의 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되어 있으며, 인물의 행동과 주변 환경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퍼펙트 데이즈 또한 이와 유사한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다.

 

영화는 화려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시작된다. 오프닝 장면부터 관객은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따라가게 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정리하고, 같은 카페에서 식사를 하며, 정해진 코스를 따라 도쿄 시내의 공중화장실을 정성스럽게 청소한다. 그의 하루는 늘 같지만, 카메라는 이 반복 속에서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특히 카메라 워크는 매우 정적인 구도를 사용한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무에 비치는 햇살, 벽에 반사되는 그림자,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등 미세한 변화에 집중한다. 이러한 미장센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이며, 관객이 인물과 동일한 감정 상태로 머물게 한다.

 

또한 배경음악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대신 도시의 소음, 바람 소리, 발걸음 등 자연음이 분위기를 이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느린 영화’가 아니라, ‘정지된 시간 속에서 감정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영화로서의 깊이를 보여준다. 바쁘고 시끄러운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이 고요함은 더 큰 메시지로 다가온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과 감동 포인트

히라야마는 말이 없다. 그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외부에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는 오롯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직업은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존중받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을 놀라울 정도로 정성스럽고 성실하게 해낸다.

 

그가 청소하는 모습은 단순한 직무를 넘어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는 거울의 얼룩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닦으며, 변기의 구석까지 세심하게 손질한다. 이 모습은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히라야마는 또 하나의 일과처럼 필름카메라를 들고 나무와 하늘을 찍는다. 그는 특정 대상을 피사체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담는다. 이 장면들에서는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그는 바쁘게 흐르는 세상과 달리,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늘 따뜻하고, 그 속에는 깊은 내면이 숨어 있다.

 

조카와의 짧은 만남,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의 대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와 LP를 감상하는 그의 취미 등은 그가 세상을 향해 완전히 닫혀 있는 인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그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간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가 차 안에서 갑작스레 감정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클라이맥스다. 그 미소에는 고독, 위안, 해방, 감사 등 다양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으며, 관객 또한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된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모든 것을 듣게 된다.

칸영화제가 주목한 메시지와 작품성

퍼펙트 데이즈는 202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이라는 영예를 안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주연 배우 야쿠쇼 코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력 중 가장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단 한 마디의 대사 없이도 시선 하나, 표정 하나로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칸영화제가 이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연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삶의 본질’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너무도 단순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던진다. 누구나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 있는 의미를 얼마나 우리는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도시는 그다지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도시는 고요하고 넓으며, 히라야마의 일상을 부드럽게 감싸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그의 하루는 예술에 가깝고, 반복되는 루틴은 일종의 ‘명상’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예를 들면 나무의 흔들림, 새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 같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그렇기에 칸영화제는 이 작품을 단순한 ‘힐링무비’로 분류하지 않고, 현대 예술 영화의 미학적 정점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 영화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나 언어, 환경이 달라도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는가’라는 질문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론

퍼펙트 데이즈는 어떤 대단한 사건도 없이, 그저 조용히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영화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복잡하고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오늘, 어떻게 살았는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히라야마처럼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한 편의 영화가 삶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삶의 방향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게 만들 수는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바로 그런 영화다.